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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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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히 죽을것이야"


"네? 뭐라고요?"


눈도 제대로 못뜨던 점쟁이는 단 한마디를 남기고 손을 휘 저으며 어서 나가라는 표현을 했다.


"뭐 이딴 재수없는 곳이 다 있어! 퇫!"


몇년만아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거하게 술마시고 나오던 길에 본 점집


'점 5000원' 


싼값에 운세나 보자고 들어간 점집에서 재수없는 얘기만 들었다.


"야! 술이나 더 먹자"


연거푸 술을 입으로 털어 넣었지만 자꾸만 얘기가 생생하다.

죽는다고? 내가? 그것도 혼자?

어떻게 죽는거지? 멘홀에 빠지나? 등산에 갔다가 조난당하는걸까? 뭐지?뭐지?뭐지?


자꾸만 머리속에 맴도는 물음표의 답을 찾고자 하지만

애초에 지금은 답이 나올수 없는 질문이다.


"야 그냥 재미로 본거자나 어서 잊고 3차가자, 내가 살께"


"그래, 점쟁이 말대로만 된다면 로또번호나 알려달라고 해야지 ㅋㅋ"


단순히 5천원은 기부했다고 생각하고 그날은 기분좋게 끝냈다.





하지만.


다음날 숙취에 눈뜨자마자 그말이 계속 맴돈다.


'내가. 혼자. 죽는다.'


5천원짜리 점이 얼마나 효엄이 있을까 싶지만 기분나쁜 생각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어제 술마셨던 곳으로 가서 점집을 찾았다. 점쟁이의 멱살을 잡고 그딴 소리는 다시는 하지못하게 하리라 벼렸지만 그곳에 점집은 없었다. 술김에 기억을 못하는걸까 싶어서 근처를 다 뒤졌지만 없었다. 점집같은건.




구급요원으로 일하면서 산속에서 조난당해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다.


대부분 처음엔 구조될거라고 믿고 희망을 가진다.

그리곤 절망과 좌절, 후회와 속죄속에 죽음을 맞이한다.

눈물로 얼룩진 메모장들, 어떻게든 살아남을려고 발버둥친 흔적들.


항상 조의를 표하던 나였는데 반대로 받을수도 있다니.

내가 절망과 좌절, 후회와 속죄속에 죽음을 맞이한다니. 혼자.



그럴수는 없는거다. 난 오래오래 살아서 혼자죽진않을거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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