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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웃는 아이에게 웃지 말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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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친구 모임에 갔다.

아이와 덩그러니 집에만 있을수는 없어

집근처 키즈카페에 갔다.

오랜만에 갔더니 리모델링을 해놓아서

못알아 볼지경이다.

왁자지껄했던 내부가 고요하다.

조용한 정도를 넘어서 고요하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그럴까?

내부를 살펴보니 큰 어린이들이 놀만한 것을 다 치웠다. 

기어다니는 애기나  3~4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정도이다.

다소 밋밋함을 느끼며

조용해서 좋다는 생각과 더불어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키즈카페에서 밥을 먹을 생각이였기에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주인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주방이 마감되었다는 거구나.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

?? 두시간 결제하고 한시간이 지났는데

이미 영업종료라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의 착각이였다.

7시에 들여보내주면서 두시간 결제를 한 것이다.

더있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손님이 우리뿐이라 마음만 받겠다며

1시간은 환불받고 아쉬워하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나온다.

주인은 미안하다며 풍선과 반지와 초코과자를 준다.

3가지나 선물을 받다니!

아이는 무척 신이 났다.

원했던 밥을 못먹었기에 근처 식당을 향한다.

키즈카페 주인이 말하길 분식집이 있다고 했다.

분양이 덜 되었는지 늘 횡한 곳이였는데

어느새 꽉꽉 들어차 있다.

분식집이 있는데 김밥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는 찰나 눈에 띄는 식당이 있었다.

씨푸드 어쩌고 인데 바다 뿐만 아니라 육해공 모두 취급하는 듯하다.

값이 꽤 나가보여 아직 고민 중인데

아이는 신이나서 들어가자고 난리다.

비싸서 안돼, 김밥이나 먹자는 말을 차마 못하고

끌려서 들어간다.

들어가니 싱가포르의 상징 사자가 입으로 물을 내뿜고 있다.

 

 

아이는 사자가 쉬한다며 까르르 웃는다.

입으로 쉬하는게 어딧냐며 말리고 싶지만

으리으리한 분위기에 기가 죽는다.

나는 추리닝에 형광색 반팔티를 입었는데

그곳에는 데이트나 가족모임인지 꽤나 차려입고 왔다.

 

지배인이 어떻게 왔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담담히 두명이라고 알려주고 자리를 배정받았다.

안쪽으로 갈수록 멋져지는 것같은데 입구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주었다.

 

대망의 메뉴판을 열어보니 랍스타, 킹크랩, 등등 세트메뉴가 나온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샥샥 넘기고 내가 원하는 고기와 볶음밥을 찾았다.

메뉴판의 맨 뒤에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뒤에서 부터 보는건데 고생했다.

 

"영상트러조~ 영상트러조~"

아이의 칭얼거림에 익숙하게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를 킨다.

밥먹을때는 절대적이다. 유튜브없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이 놈을 막을 수없다.

전에 배터리가 없어 못보여주었다가 식당에서 쫒겨날뻔도 했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사이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면에 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옆에 킹크랩이 다리에 본인의 가격을 자랑스레 적어놓고 있었다.

그들에게 지능이 없기를, 그들에게 통각이 없기를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밥이 나왔다.

살짝 태운듯한 갈비는 달콤하며 탄맛이 나는게 맛있었다. 18,000원

계란볶음밥은 계란이랑 밥만 넣고 볶은 다음 구석에 양배추 채썬 것을 올려놓았는데 그냥 쏘쏘 했다. 11,000원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꺄르르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그냥 떠들거나 소리치면 바로 입을 막을텐데

웃는 소리라 웃지말라고 하기에 애매하다.

그래도 계속된 웃음에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둘러보지 않아서 실제로 쳐다본지는 모르겠다.

여튼 내가 신경이 쓰여 슬쩍 아이에게 말을 붙인다.

"그렇게 재미있어? 그래도 사람이 많은 식당이니까 조용히 웃자~"

아이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랑처럼 못숨기는게 웃음이라 했던가.

아이는 또다시 꺄르르 웃어댄다.

 

목청은 왜 이리도 큰걸까

부끄러운 마음에 어서 그 부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랬고

실제로 노잼 부분이 나오자 아이는 우걱우걱 밥과 고기를 먹으며 그냥 지켜만 본다.

 

집에가서 그 부분을 다시 틀어주기로 마음 먹으며

열심히 밥을 먹고 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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